바다는 더 이상 푸르지 않았다. 진흙빛 물결이 옛 도시의 잔해를 덮은 채 미약하게 일렁였다. 미래세대를 위한 희생이라고들 했다. 미래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준영은 생각했다. 이미 세계는 60년 전부터 끝나가고 있었다. "메인 시스템 접속 완료. 오늘의 추수자 명단을 확인하세요." 홀로그램 화면이 공기 중에 떠올랐다. 준영은 손가락으로 명단을 스크롤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많은 50명. 대부분 3등급 시민들이었다. 식량 배급이 또 줄어든 모양이었다. 마지막 이름에서 그의 손가락이 멈췄다. 한지수, 49세, 3등급.어머니였다."네가 담당이라니, 운명인가 보구나."지수는 병원 침대에 누운 채 아들을 올려다보았다. 피부는 창백했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맑았다. 창밖으로는 산성비가 내리고 있었다. 보호돔 밖으..